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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

Thoughts 2007. 3. 20. 21:31

 이번이 돼지의 해(年) 이라고 했던가? 지난주에 돼지 한마리를 들였다. 황금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토실토실한 녀석이다. 지금까지 어디 둘 곳이 마땅치 않고 쓰기는 귀찮고 했던 동전들을 다 먹였더니 1/3 정도 배가 차서 나름 묵직하다. 따지고 보면 이자율 0.0% 의 돼지통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그냥 예금통장에라도 넣어놓는 것이 이익인가? ... 같은 귀찮은 문제는 좀 뒤로 하자.

황금돼지

토실토실한가? 주먹보다 조금 더 크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면 주머니에 으레 동전 몇개가 있다. 이 돼지는 그 하루하루 내 주머니에서 나오는 동전을 먹고 산다. 내가 집에 들어올때까지 이 돼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오늘은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하루종일 나를 기다릴까. 나는 언제 배에 칼이 꽂힐까. 이런 생각들을 하는걸까...? 오늘 들어오는 길에 주머니에는 250원이 있었다. 요 며칠 한푼도 주지 못했는데, 오늘은 먹을게 조금 있다. ... 250원, 돼지가 오늘은 조금 무거워지겠구나. 빨리 키워야 할텐데. 250원... 돼지 밥값 이외에는 별로 쓸곳도 없는 돈. 내가 참 처량하다. 가난...

 집에 보내는 돈으로는 방세 내기도 빠듯한걸 안다. 어머님이 힘들게 일하시며 버는 돈을 보태도 겨우 한달을 살까말까. 그나마 요즘은 근처 좋은 목에 뭔가 Mall 같은게 생겨 장사도 잘 안된다고 하신다. 요즘 김치찌개도 해보고, 계란 후라이(!) 할때 껍질도 안빠뜨리고, 밥도 이제 잘 하게 되었다고 하자 힘없이, "뭐 해주지도 못하고..." 라며 말끝을 흐리며 아쉬워하신다. 난 지금 뭘 하고 있는걸까... 빨리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이라도 구해서 집안을 구해야 하는건가. 몇년 전으로 돌아가 의대로 갔어야 하는건가. 바로 작년만 보더라도, 괜히 졸업을 미루지 말고 빨리 졸업을 하고 어디 취업이라도 했으면 조금은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온갖 생각들이 든다.

 250원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왠지 가난, 돈, 진로 이런 문제들이 머릿속을 메우며 조금 우울해졌다. 사실 저 돼지는, 형이 있었다. 조금 더 작고 속이 비치던 연녹색 애기였는데 ... 예전 집에서 "엄마, 저 돼지 다 채워서 맛있는거 사드릴께요." 라고 했던게 기억이 난다. 하지만, 결국 - 서울에서 살다 생활비가 부족해서 90%정도 차있던 배를 갈라 생활비로 쓰고 말았었다. 지금 저 황금대지는 그 녀석의 못다한 꿈을 이뤄야 할 녀석이다.

132800 원

배에 칼꽂힌 대지


저 황금돼지는, 지금 내 마음을 알까.

이런 상황에, 지름신 오신다고 헤드폰이나 살 생각을 하고 있다니... 지르기 전용 통장을 아예 황금돼지 통장으로 용도변경해버릴까.

어머니, 사랑해요,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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