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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수영장

Daily life 2007.07.12 23:20
아~~주 오랜 옛날... 다음에 개설된 학번 카페에 썼던 글이다. 그땐 익명으로 썼었지.
오늘 다시 shurain군과 함께 가봤는데... 옛 생각이 새록새록.

시간, 시간 ... 백년이 지나도 그대로일것 같은 폐허. 변화가 없을 거라는 것, 그대로 버려져 있을 거라는 것. 어쩌면 난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만나는 공간을 보고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 미래를 보는 거라고 해도 되겠지. ;-)

그나저나 예전에 썻던 글... 어린 티가 확 나는군. 게다가 ~었다 라는 지나친 과거형도 거슬린다. 이것 참... 부끄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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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 31일 토요일, 날씨 맑음

서울대학교의 관악 캠퍼스는 대단히 넓어서, 그 모든 곳을 다 둘러보지 못하고 졸업하고 마는 학생들이 대다수일 정도이다. 그래서 난 졸업하기 전 관악 캠퍼스의 모든 곳을 답사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하여 첫번째 타겟이 된 곳이, 지진관측소 위쪽의 수영장이다.
301동에서 외곽순환도로를 따라 기숙사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산으로부터 내려오는 자그마한 시내가 있고, 지진관측소가 있다. 산책로가 그려진 지도를 보면 그 옆으로 쭉~ 올라가 수영장이 있다고 되어 있다. 지난 여름 무척이나 수영장에 가보고 싶었으나 방만함으로 인하여 결국 가보지 못하여 매우 아쉬웠던 것이 기억나, 문득 지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진관측소 옆쪽의 계단을 따라 잠시 올라가면 오른쪽에 이상한 문이 보인다. 왠지 전시를 대비하여 식량을 저장해두는 창고같다는 느낌을 풍기는 문이었다. 그리고 어쩐지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이라는 작품도 떠오르게 한다.(아무런 연관은 없지만...) 그곳에서 더 올라가다보면 산책로 B 라는 팻말이 보이고 약간 더 위쪽에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 그곳이 우리 학교의 한때 수영장이었던 곳이다.
일단 올라가서 처음 본 것은 버려진지 한 3~4년쯤은 되어보이는 웬 낡은 건물이었다. 낮이어서 괜찮았지만, 해가 떨어졌을때 오게 된다면 누구건 한번쯤 오싹해질만한 으시시한 모습이었다. 내부 구조는 간단했다. 탈의실로 보이는 곳이 있었고, 또 알수없는 방들도 다수 있었다. 그리고 건물 옆쪽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는 듯한 계단이 보였다.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올라가서 처음 펼쳐진 것은 꽤나 넓은 직사각형 모양의 수영장이었다. 물론 물은 없었고, 드러난 수영장 바닥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쓰레기가 널부러져있는 전형적인 폐허의 모습이었다. 수영장 바닥은 조금 경사졌는데 낮은 쪽에는 10cm 쯤 되는 깊이로 물이 고여 있었다. 즉, 건물 한 가운데가 비어있어 그곳에 물을 넣고 수영을 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건물 위쪽의 Pool 둘레에 꽤나 널찍한 장소가 있었는데, 그곳에 자그마한 지붕이 달린 가건물 비슷한게 있었다. 아마 수영을 하다가 피곤하면 그곳에 앉아 쉬곤 했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영장 벽면과 바닥에 낙서가 많이 되어있었는데, 1999년이라는 글도 쓰여 있었다. 버려진지 몇년은 된것 같은데 1999년에 낙서라... 추측컨대, 나처럼 할일 없는 사람들이 놀러와서 낙서하고 간 것이리라. 아무리 보아도 1999년에 수영장으로 사용되었을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건물 수영장 옆으로 조그마한 Pool 이 더 있었다. 수영장에 가면 흔히 보이는 어린이용 Pool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녹슬어버린 철골 구조와 두 다리만으로 좀 더 높은 바닥 옆면을 벽삼아 기대어 세워져 있는 의자 하나가 보였다.
그 수영장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301동에서 기숙사로 가는 외곽순환도로가 나무들 사이로 보인다. 그곳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일은 거의 없을거라 생각된다. 수영복을 입고 이런 곳에서 즐겁게 논다... 왠지 트여있는 느낌이기도 하고, 또 다르게 생각하면 그야말로 산속에 덩그라니 놓인 수영장...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감고, 옛날 이곳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깨끗한 수영장 바닥과 파란 물, 뜨거운 햇살에 수영복을 입고 물장구치며 놀던 서울대학교 학생들이라... 왠지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이제는 완전히 버려진 것인지, 먼지만 쌓인 이곳의 모습에서 '폐허' 라는 단어가 실감났다.
가끔 도시락을 싸서, 돗자리 들고 가 수영장 바닥에서 놀면 재미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얼음땡같은것 하기에 좋을지도 모른다. . . . . .

- 내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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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2
  1. Favicon of http://neya.tistory.com 네야 2007.07.14 02:43 Modify/Delete Reply

    ...야 저거 한번 올라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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